무화과나무와 예루살렘. 이 두 단어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경에서는 이스라엘의 흥망성쇠를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통해 예언한 곳이 많다. 그리고 그 예언은 한 치도 다름없이 그대로 이루어졌다.

예루살렘 멸망의 역사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트에서 자세히 서술했으니 생략하고, 여기서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멸망하게 되었는지를 중심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AD 70년, 유대 정벌이 재개되다

베스파시아누스 장군이 황제가 된 후 로마는 안정을 찾았다. 이후 베스파시아누스는 아들 티투스에게 유대인의 반란을 마저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대기하던 티투스의 군대는 가이사랴로 출발했다. 잠시 멈췄던 예루살렘 멸망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예루살렘이 포위되다

유대인들 사이에서 위기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30만이나 되는 인구가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그것을 방증한다. 예루살렘으로부터 30km 안팎에 위치한 엠마오, 벧엘, 여리고에서 숙영하던 소수의 로마군들이 장차 예루살렘을 에워싸리라고, 유대인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듯싶다.

70년 4월. 티투스는 군대를 이끌고 와 예루살렘을 포위했다. 유월절을 맞아 몰려온 유대인들은 꼼짝없이 예루살렘에 갇히고 말았다. 4개 군단이 물샐 틈 없이 예루살렘을 에워싸자 성안의 식량은 금세 바닥났다. 예루살렘의 멸망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였다.

무화과나무와 예루살렘 공방전
The Siege and Destruction of Jerusalem by the Romans Under the Command of Titus (painted by David Roberts)

예루살렘 내부의 참상

포위 공격의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굶주려 죽었다. 배고픔에 시달리다 못해 사람들은 점점 미쳐갔다. 사람들은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빼앗기 위해 폭행과 고문을 자행했고, 그래도 내놓지 않으면 죽여서 빼앗았다. 사람들은 식량이 너무 부족한 나머지 허리끈과 구두, 심지어 방패에 씌운 가죽까지도 벗겨 먹었다. 요세푸스의 역사서에는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살인자들이 들이닥쳤다. … 그녀는 그들을 위해 음식을 많이 남겨 두었다고 대답하고는 죽은 아들의 시체 중 남은 부분을 덮었던 것을 벗겼다. … “내가 제공하는 이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나는 이미 그 중 절반을 먹었으니 나머지도 내 차지가 될 것이오.” 이 말을 들은 그들은 벌벌 떨면서도 이 끔찍한 양식을 그 어머니에게 넘기려 하지 않았다. 곧 온 도시에 그 끔찍한 죄에 대한 소문이 퍼졌다.

배고픔에 견디지 못한 몇몇 시민들은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로마군에 잡힌 시민들은 예루살렘 수비대가 보는 앞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 그렇다고 성안에 있자니 언제 굶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예루살렘 거민들에게는 일말의 희망도 남아 있지 않았다. 무화과나무와 예루살렘은 공교롭게도 저주를 받아 말라 죽어갔던 사실조차 비슷했다.

예루살렘이 함락되다

그로부터 5개월 후, 예루살렘은 함락되었다. 티투스와 로마 군대는 예루살렘에 입성하고 나서 말을 잇지 못했다. 수로마다 시체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도 병에 걸려 죽어가다시피 했다.

예루살렘 성전과 도시는 완전히 불탔고, 성전의 기명들은 약탈당했다. 예루살렘 멸망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10만여 명, 포로는 9만 7천여 명이었다. 포로들 중 몇몇은 로마의 콜로세움을 건축하는 노예가 되었고, 몇몇은 이집트의 광산에서 평생 일하다 죽거나, 검투사가 되어 싸우다 죽거나, 로마인들이 보는 앞에서 맹수의 밥이 되어 죽었다. 이스라엘은 참혹하고도 비참하게 멸망했다.

무화과나무와 예루살렘 멸망
The destruction of the Temple of Jerusalem (painted by Francesco Hayez)

무화과나무와 예루살렘, 예언을 통해 바라보는 역사

서두에서 밝혔듯 무화과나무와 예루살렘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루살렘 멸망에 대한 예언은 무화과나무를 향한 저주에서 시작되었다. 성경에서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 민족을 가리킨다(예레미야 24:5).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를 통해 이스라엘의 멸망을 자주 예언하셨다.

예수께서 나무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 (마가복음 11:14)

과원지기에게 이르되 내가 삼 년을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 실과를 구하되 얻지 못하니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느냐 (누가복음 13:7)

이스라엘이 멸망한 이유는 구원자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육신을 쓰고 임하실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정작 예수님이 나타나시자 영접하기는커녕 갖가지 이유로 비방했다. 자신들이 믿던 하나님을 배척하고 십자가에 못 박은 것도 모자라서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돌리라”고까지 자처했다. 그 결과 유대인들은 구원의 축복을 잃어버렸고 그 기회는 이방인들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그들의 말대로, 처참하게 멸망당한 후 뿔뿔이 흩어져 떠돌아다니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